꼭 2년 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문했다.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한동훈 후보자를 향해 “모든 의혹을 풀어야 될 책임이 후보자에게 있다.
(문제 된 휴대전화 내용을) 어떻게든 명백하게 국민들한테 제공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 지휘부가 대통령의 측근이다’라는 외관이 있는 순간 검찰의 독립성 또는 객관성에 대해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게 된다. 윤석열 당선자가 가장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문제인 만큼 이 부분을 선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였다. 그러니 시늉이라도 낼 줄 알았다. 그러나 정권도, 검찰도 이런 요구는 무시했다. 대부분 언론도 침묵했다. 이후 정권과 검찰이 독차지한 권력을 얼마나 제멋대로 휘두르며 ‘검찰공화국 2년’을 즐겼는지는 국민 모두가 지켜본 대로다. 그 독단의 관성은 총선까지도 이어졌다. 그리고 심판받았다.
2년간 국민의 복장을 뒤집어놓은 윤석열식 국정, 그리고 조롱거리가 된 한동훈식 선거는 검찰의 비뚤어진 유산에 그 뿌리를 대고 있다.
민주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단일하고 독자적인 권력집단으로 자리잡은 유례가 없다. 수사·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한손에 쥐고, 일사불란한 조직적 응집력으로 뭉쳐 있다. ‘기소편의주의’라는 재량권을 무한정 확장해, 아무리 죄가 커도 거뜬히 봐주고 아무리 죄가 없어도 끈질기게 괴롭힌다. 철저히 조직적 이해관계에 따라서다.
더 큰 문제는 공정과 중립 원칙을 벗어나 검찰권을 남용해도 국민이 이를 통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은 임기가 유한하지만, 검찰 조직의 권력은 지속된다.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두고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다”고 한 말에서 검찰의 영속하는 권력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난다. ‘아무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오만함이다.
검찰이 누리는 이 ‘무소불위의 영원한 권력’은 국민과 여론을 깔보는 선민의식, 우월의식으로 연결된다. 이에 도취해 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인이 된 뒤에도 자신들의 권력이 국민의 선택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 민심에 역행하고 상식과 원칙을 파괴하는 ‘국정편의주의’가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횡행했다.
대통령 배우자의 주가조작 의혹은 공범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특검법은 대통령의 특권인 거부권으로 막았다. 해병대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출국금지까지 당한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켰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이런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인 것은 ‘검사식 오만’이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범죄가 확정된 이들을 대통령이 특별사면하고 여당은 후보로 출마시켰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이런 후보를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상대 당은 범죄자 집단이라고 몰아붙였다. “범죄자와 싸우는데 (국민들한테) 큰절을 왜 하냐”고 했다. 어떤 국회의원 후보자를 가리켜 “여기서 이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다. 여러분을 위해서 나왔다”고 했다. 국민을 민주정치의 주인이 아니라 박수꾼이나 동냥꾼 취급하는 망발이다. 국민을 바라보는 ‘검사식 시각’이다.
총선 결과는 이러한 ‘검사 정치’에 대한 탄핵이었다. 검사도 정치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윤석열·한동훈식 검사 정치에 국민은 진저리를 쳤다. 검찰의 비뚤어진 유산을 체화한 최정점의 두 검사 출신이 ‘검사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민심의 심판을 끌어냈다.
이들의 충실한 부하였던 검찰도 함께 심판받았다. 야당과 전 정권 수사에만 일로매진한 검찰은 되레 ‘검찰독재정권’이라는 야당의 구호에 힘을 실어줬다. ‘조국 사태’ 당시의 먼지털기식 수사와 대조되는, ‘살아 있는 권력 수사’ 뭉개기는 조국혁신당 열풍의 풀무가 됐다. 검사 정치의 토양이자 수단이었던 검찰은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와 민주적 통제 강화라는 근본적인 개혁 요구를 스스로 불러냈다.
검찰정권 2년 천하는 사실상 끝났다. 윤 대통령이 검사 정치를 고집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검찰 역시 반성과 쇄신에 나서지 않으면 역사에서 퇴장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총선에서 확인한 민심의 무서운 경고다.
출처:한겨레신문, 편집:빛고을신문
Copyright @2024 빛고을신문. All rights reserved.
광주광역시와 경기도가 공동번영을 위한 상생협력 결속을 다졌다.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와 경기도는 3일 광주시청 소회의실에서 고광완 광주시시 행정부시장과 오병권 경기도 행정1부지사,...
...
광주시립수목원관리사무소는 가정의 달을 맞아 오는 31일까지 수목원 방문자센터에서 ‘광주시립수목원×국립백두대간수목원, 우리나라 야생화 사진 전시회’를 연다.이번 전시는 한...
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집중 발생되는 시기에 시민의 생활 환경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민생침해 우려 사업장을 점검, 16곳을 적발했다.이번 점검은...
윤석열 대통령이 3월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치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국회의원 배지 - 한겨레신문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그리고 정치의 새로운 주기가 시작...
일상 활동 외에 운동이 왜 더 필요한가 우리 현대인의 먼 조상들은 수백만 년 동안 수렵, 채집 생활을 활발하게 했고 그와 함께 뇌를 발달시켰다. 동물을 사냥...
회복과 적응을 코디네이팅하는 뇌 우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니 우리의 생각도 그에 맞춰 새로워져야 한다. 세월과 시간이 흐른다고 말하...
- 게티이미지뱅크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된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e)는 중추신경계의 중요한 부위인 뇌와 연결된 신경절에서 출발하여 우리몸의 모든 장기...
명상 수행을 하면, 뇌에 변화가 일어난다? 출처: gettyimages 2006년 1월 초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에는 티베트불교의 지도자달라이 라마(Dala...
책 소개 지금 들어도 생생한법정 스님의 죽비 같은 말씀!입적 14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법정 스님의 말씀 모음집신간 『진짜 나를 찾아라』 출간법정 스님이...
전남도립도서관은 도서관 주간과 책의 날(4월23일)을 기념해 오는 23일까지 ‘백 걸음 도서관 여행,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전시회를 개최한다.이번 전시회는 도립도서관 남...
책 소개 장 미생물이 평생 건강을 책임지는 주인공이다!당뇨병, 심장병, 암, 우울증, 뇌 질환…현대 만성질환의 배...
영취산-한국관광공사제공 영취산은 매년 3~4월이면 온 산이 분홍빛 진달래로 물드는 곳입니다. 능선을 따라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산이기도...
광주광역시소방안전본부와 사회복지법인 한울복지재단은 2일 소방안전본부 회의실에서 ‘불용소방차 파라과이 무상양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이번 협약은 개발도상국에 불용 소방차를...
생전의 최성철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최성철(37세) 님이 뇌사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밝혔다. 최 씨는 지난 3월 2...
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는 26일 광주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사회복지시설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종합계획 수립 의견...
전라남도가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가 안심하며 지내도록 예방·치료·돌봄 등 전남형 치매 통합서비스 제공 체계 정착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전남도에 따르면 24일 염민섭 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