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재검토를 맡기면서 결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린 정황이 문서로 확인됐다. 당시 국방부는 해병대수사단이 이미 경찰로 이첩한 사건을 되가져와 조사본부에 넘기면서 ‘해병대수사단의 결론에 미진한 점이 있으니 객관적 재검토를 맡긴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결론이 정해진 재검토였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6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지난해 8월 9일 조사본부에 내려보낸 ‘채아무개 상명 사망사고 해병대 조사결과에 대한 검토보고’ 문서를 보면, 국방부는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 등 지휘부의 혐의를 특정하지 말라’는 처리 방향을 조사본부에 내려보냈다. 문서는 이 전 장관의 지시로 지난해 8월9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전달됐다. 조사본부는 이틀 뒤인 11일 수사기록을 입수해 검토를 시작했다. 기록 입수도 하기 전에 사실상 결론이 전달된 셈이다.
국방부는 문서에서 “(사건) 관련자 모두를 ‘업무상과실치사'로 이첩하는 경우 범죄를 인지하지 못했음에도 관련된 과오를 모두 경찰에 이첩해 오히려 진실규명에 대한 책임을 경찰에 전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경찰수사의 범위를 불필요하게 확장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국방부는 문서에서 “(관련자의 혐의를 특정하면) 오히려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가 되기보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사건이 될 우려가 있다”며 “인과관계 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혐의 적시 없이) 작전과정에서의 과오에 대해 사실관계를 정리해 이첩사건과 함께 경찰에 송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에 들어가 수색하라’고 직접 지시한 이들에게만 혐의를 적용하고 임성근 당시 해병대1사단장 등 지휘부에게는 혐의를 특정하지 말라는 취지다.
국방부는 해당 문서가 조사본부에 전달된 배경에 대해 “조사본부에게 사건 전반을 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5장짜리 문서를 보면 ‘사건 전반을 이해’시키려는 목적보다 ‘혐의 특정을 최대한 자제’토록 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읽힌다.
문서 전달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지난해 군검찰 조사에서 “해당 검토 내용을 조사본부와 공유하라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이를 (조사본부와) 공유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은 같은 달 21일 조사본부의 재검토 최종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당시 조사본부는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해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던 해병대수사단 조사 결과와 달리 임 전 사단장 등 6명에 대해선 범죄 혐의를 적지 않고 사실관계만 정리해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국방부의 가이드라인대로 조사본부가 임 전 사단장 등의 혐의를 적시하지 않는 것으로 재검토 결론을 내린 셈이다.
출처: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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