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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퍼즐은 미완성…‘탐욕’ ‘인재’ 진실의 조각을 인양했다

기사입력 2024.04.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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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10주기
    진실,그날 세월호에선
    참사 1073일 만인 2017년 3월23일 인양된 뒤 선체 조사를 위해 직립 상태로 전남 목포신항 부두에 거치된 세월호.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참사 1073일 만인 2017년 3월23일 인양된 뒤 선체 조사를 위해 직립 상태로 전남 목포신항 부두에 거치된 세월호. 한겨레신문-

     

    세월호 참사 10년.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고 세차례 조사를 거쳤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100%의 진실에 가닿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새긴 시민들의 염원은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진실의 파편을 그러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한겨레는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2015년 3월~2016년 9월)와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2017년 3월~2018년 8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2018년 12월~2022년 9월)의 조사 기록과 결과를 종합하고 최근 재단법인 ‘진실의힘’이 발간한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그날의 기록)을 참고해 지금까지 드러난 진실을 정리했다.

     

    단 하나의 질문, 급선회 궤적은 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것은 침몰 원인이다. 침몰 원인이 오랜 기간 미궁에 빠진 것은 세월호 침몰 당시 급선회 궤적과 급격한 기욺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가 진행한 모형선 실험 등에서 치명적인 조타 실수나 조타 장치 오작동 등이 아니고서는 J자 모양의 오른쪽(우현) 급선회 궤적이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침몰 원인 조사 처음부터 끝까지 제기된 단 하나의 질문은 ‘어떤 이유로 급선회 궤적이 이렇게 만들어졌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른바 ‘잠수함 충돌설’을 비롯한 다양한 가설이 나왔던 것 역시 급선회 궤적을 설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특조위, 선조위, 사참위 세차례의 조사에서도 침몰 원인에 대한 통일된 결론이 나오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가설은 현재 3가지다. 암초 등에 부딪혀 가라앉았다는 ‘좌초설’, 잠수함 충돌을 비롯한 외력으로 침몰했다는 ‘외력설’, 복원력(배가 평형을 유지하려는 힘) 부족과 기관 고장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내인설’이다. 2022년 9월 활동을 마무리한 사참위는 종합보고서에서 “(기관 고장 등이) 세월호의 급격한 우선회와 횡경사(기울임)를 유발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고 “(외인설은)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동시에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조선학회는 2022년 6월 사참위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좌초설과 외력설 가능성은 기술적으로 현저히 낮으며 내인설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고 결론 내렸다. 사참위가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용역을 맡긴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 역시 ‘자유항주 모형시험 용역결과보고서’(2022년 5월)에서 “모형시험 결과 외력 없이도 과도한 횡경사가 내재적 요인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낮은 지엠(GM·선박복원력), 방향타 사용, 화물 이동이 세월호의 급격한 선회와 극심한 기울기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 마린의 의견이다”라고 밝혔다.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가 품은 진실

    내인설의 전제는 복원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관(조타 장치) 고장이 침몰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배는 방향을 전환할 때 보통 5도 이하로 조타기를 조작한다. 그럼 조타기에 연결된 러더(방향타)가 해당 각도만큼 회전해 배의 진로를 조정한다. 문제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세월호와 같은 궤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월호와 같은 급선회 궤적이 나오려면 복원력이 크게 낮은 상태에서 큰 각도로 조타가 이뤄져야 한다. 기관 고장이 발생하면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세월호 러더의 최대 각도는 35도이지만, 기관 고장 때에는 37도까지 돌아갈 수 있다.

     

    법원에서도 기관 고장의 가능성을 의심했다. 광주고법은 2015년 4월28일 세월호 항해사와 조타수의 업무상과실 선박 매몰 사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세월호를 건조할 당시 우현 최대 타각 35도로 한 선회 시험이 사고 당시 세월호 항적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 ‘솔레노이드밸브’ 고착 현상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세월호를 해저에서 인양해 관련 부품을 정밀히 조사한다면 사고 원인이나 기계 고장 여부 등이 밝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솔레노이드밸브(솔레노이드)는 러더를 움직이는 기관이다. 러더는 유압(기름의 압력)으로 움직이는데, 솔레노이드가 고장 나 멈춰야 할 기름이 계속 흐르게 되면 조타기를 한쪽으로 조금만 돌려도 러더가 한쪽 끝까지 회전한다.

     

    참사 1073일 만인 2017년 3월23일,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법원이 제기한 의문을 풀 기회가 생겼다. 선조위의 조사 결과 실제 솔레노이드 안에 있는 철심이 찌꺼기 등에 의해 굳게 들러붙은 것(고착)이 확인된 것이다. 이 경우 약간의 방향 전환으로도 러더는 37도까지 돌아갈 수 있다. 세월호 모형을 만들어 대형 수조에서 실험한 마린도 복원력이 낮은 상태에서 러더가 많이 돌아갔다면 세월호와 유사한 궤적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관 고장의 남은 쟁점

    내인설에도 약점이 존재한다. 세월호가 쓰러진 직후 구조에 나선 선박 등이 찍은 영상을 보면 러더가 ‘우현 37도’가 아닌 ‘좌현 8도’로 나온다. 선조위 내에서는 이런 이유로 솔레노이드 고착이 사고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때문에 선조위의 종합보고서는 ‘내인설’과 ‘열린안’(외력 가능성 포함) 두개로 나뉘어 작성됐다.

    하지만 내인설에서도 러더 ‘좌현 8도’가 존재할 수 없는 현상은 아니다. 선조위 종합보고서(내인설)를 보면 세월호에는 2개의 타기 펌프가 있고 타기 펌프 안에는 2개의 솔레노이드가 있다. 고착이 발생한 것은 2번 타기 펌프의 비(b) 솔레노이드다. 당시 조타수는 배가 오른쪽으로 급선회하자 왼쪽으로 조타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이때 조타실 왼쪽 출입문에 있던 3등 항해사 박한결이 2번 타기 펌프 정지 버튼을 눌러 솔레노이드 고착의 영향이 사라졌고, 그제야 정상 작동하는 1번 타기 펌프에 왼쪽으로 조타한 신호가 전달되어 러더가 왼쪽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실제 박한결은 참사 당시 조타기에 이상이 생길 때 울리는 타기 알람이 울려 이를 끄려고 하다가 잘못해서 타기 펌프 정지 버튼을 먼저 눌렀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바 있다. 박한결이 1, 2번 타기 펌프 중 어떤 것을 껐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그의 진술로 세월호가 넘어진 직후 러더가 좌현 8도로 돌아간 이유는 설명이 가능하다.

    전남 목포신항에 인양된 세월호.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방향타(러더)가 오른쪽(우현)으로 23도 돌아가 있다. 연합뉴스
    전남 목포신항에 인양된 세월호.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방향타(러더)가 오른쪽(우현)으로 23도 돌아가 있다. 연합뉴스

     

    참사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많은 이들은 참사 원인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단 하나의 명쾌한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원인은 단 하나가 아니었다. 침몰을 촉발한 것이 무엇이냐에 대한 의견은 갈리지만, 증개축으로 선박의 복원력이 낮아졌고 화물이 제대로 고정(고박)되지 않았던 탓에 배가 더 빨리 기울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1994년 일본에서 건조)를 2012년 사들이며 선미에 전시실을 짓고, 객실을 증설했다. 세월호의 무게는 일본에서보다 239톤 늘었고, 이런 이유로 배의 복원력은 크게 낮아졌다.

    세월호가 허가받은 화물 적재량은 987톤이었다. 하지만 사참위 조사 결과 실제로는 차량 185대(584톤) 등 총 2214톤이 적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화물은 고박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한쪽으로 쏠리며 침몰을 가속했다. 시시티브이와 블랙박스 등을 보면 차량 절반에는 고박 장치가 체결되어 있지 않았다.

     

    만재배수량이 9907톤에 달하는 세월호가 쓰러진 지 101분 만에 침몰한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통상 배는 격실 구조로 각각의 공간이 ‘수밀’(밀봉)돼 있다. 이 때문에 쓰러져도 침수되지 않은 격실에 남은 공기의 부력으로 오래 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조위 조사 결과 세월호 가장 아래에 위치한 이(E) 갑판의 수밀문 2개와 맨홀 5개가 모두 열려 있었다. 수밀문과 맨홀은 닫아둔 상태로 운항해야 한다. 선조위와 마린의 시뮬레이션 결과, 수밀문과 맨홀이 모두 닫혀 있었다면 배가 65도로 기운 상태에서 더 오랜 시간 떠 있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었단 이야기다.

     

    아직 우리는 진실을 100%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세차례의 조사와 세월호 인양으로 알아낸 사실은 결코 적지 않다. 선체 개조 때 수익이 아닌 안전을 고려했다면, 화물 고박만 제대로 됐다면, 수밀문과 맨홀을 제대로 닫기만 했다면, 유사시 선원들의 대응 훈련이 있었다면 304명의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지난 10년, 세월호는 참사를 막을 그토록 많은 기회를 왜 놓치고 말았냐고 거듭 되묻고 있다.

     

    출처:한겨레신문. 편집:빛고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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