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창출보다 도파민 자극에 집중하는 기업들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흔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경영학 관점에서 보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화폐라는 교환 수단을 받는 것이 기업의 본질적 역할이다.
하지만 현대 기업들의 행태를 들여다보면, 진정한 가치 창출보다 사용자의 취약점을 이용한 이익 극대화에 집중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사람들의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쾌락 물질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설계한다. 도파민은 인간의 뇌에서 보상과 즐거움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중독적 행동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유튜브(YouTube)와 인스타그램(Instagram)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이 더 오래 머물도록 도파민 보상 체계를 적극 활용한다.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개인화된 추천, 좋아요 시스템 등은 모두 사용자의 뇌에 작은 쾌감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적 설계다. 이러한 서비스들이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사용자의 시간과 주의력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런 플랫폼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사용자의 시간과 관심을 끌어모아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진정한 가치 창출보다는 도파민 자극을 통한 단기적 이윤 추구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도파민 중심 알고리즘이 만든 정보 소비의 분절화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는 TV와 같은 대중 매체를 통해 경험과 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과 알고리즘 기술의 발달로 콘텐츠 소비 환경이 급격히 변화했다.
플랫폼들은 더 많은 사용자가 더 오래 자신들의 서비스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용자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선별적으로 제공한다.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즉 즉각적인 반응과 만족감을 주는 콘텐츠를 먼저 노출한다.
이런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은 사용자가 자신이 이미 동의하는 의견이나 관심사에 맞춰진 정보만 소비하게 만든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시청 기록을 분석해 비슷한 내용의 영상을 계속 추천하고, 인스타그램은 사용자가 오래 머무른 콘텐츠와 유사한 게시물을 더 많이 노출다. 이러한 과정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강화하고, 정보 편식 현상을 심화시킨다.
이런 개인 맞춤형 콘텐츠 소비는 함께 영상을 보는 상황에서도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나와 타인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가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차이를 넘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정보와 경험의 기반이 약화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사회학적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개인화된 정보 소비는 정치적, 이념적 양극화로 이어진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 도파민 중심의 알고리즘이 사회 분열을 심화시키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도파민 경제를 넘어선 사회 통합의 길
이처럼 도파민 자극에 기반한 콘텐츠 소비와 기업 활동은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심화되면 국가의 분열까지 우려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도파민 경제의 부작용을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가치 중심의 기업 문화 정착
기업이 단기적 이익과 사용자의 도파민 자극보다 진정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출 때, 사회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 인식 강화 또한 중요하다.
둘째, 알고리즘 윤리의 확립
현재의 추천 알고리즘은 단순히 체류 시간과 광고 수익 극대화를 위한 도파민 자극에 집중한다.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알고리즘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균형있게 제공하는 '공정 알고리즘'은 정보 편식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 웰빙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
소비자도 도파민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인식하고, 자신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와 사회 교육을 통해 비판적 미디어 소비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을 끄고, 인스타그램은 계정을 탈퇴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넷째, 공론장의 복원
분절된 정보 환경에서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간이 확대되어야 한다. 사회학자 하버마스(Habermas)가 강조한 '의사소통적 합리성'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도파민 자극이 아닌 이성적 대화를 통해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다.
어린 시절 학교 급식을 떠올려보자. 급식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만으로 구성되진 못했지만,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식단을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정보 생태계는 우리가 좋아하는 내용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원하는 음식만 골라 먹으면 당장은 만족스럽지만, 장기적으로 영양 불균형과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만 소비하는 정보 식습관은 사회적 이해의 영양실조를 가져온다.
대한민국의 갈등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파민 경제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장기적 가치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업은 진정한 가치 창출에 집중하고, 시민들은 비판적 미디어 소비 능력을 키우며, 사회 전체는 대화와 소통을 통한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알고리즘으로 분절된 사회에서 다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 그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출처 :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빛고을신문